오지원 O&K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대한민국 법치주의 견인하는 법조계의 미래

박진호 기자 | 기사입력 2013/04/09 [16:36]

오지원 O&K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대한민국 법치주의 견인하는 법조계의 미래

박진호 기자 | 입력 : 2013/04/09 [16:36]

지난 3월 12일 경기도 수원에서, 올해 초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 부회장에 선출된 O&K 법률사무소 오지원 대표 변호사를 만났다.
 
30대 후반의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대표적인 여성 법조인으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향후 우리 법조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보기 위함이었다.
 
신선하고 당찬 신세대 여성 변호사
오지원 변호사는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KBS 드라마 ‘내 딸 서영이’에서 변호사로서 자신의 일에 누구보다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주인공 서영이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한마디로 신선하고 당찬 신세대 여성 변호사였다.

젊은 나이에 경기지방변호사회 부회장직을 맡게 된 오 변호사는 “젊은 변호사들의 대변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싶습니다. 법조인들이 국민들에게 눈높이를 맞추어 소통하는 문화, ‘맨토링 사업’ 등을 통해 선후배 변호사간의 축적된 노하우를 공유하여 상호 발전해 나가는 문화, 여성의 인권이 존중되는 사회문화를 만들어 나가는데 디딤돌이 되고 싶다”고 강조하며 서문을 열었다.

그녀는 대화를 나눌수록 단순히 사건의 기록만 가지고 판단하려는 여느 법조인과는 사뭇 달랐다. 특히 “당사자의 내면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 진심을 들여다보고, 이들이 안고 있는 상처까지 보듬고 치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으며, 그녀가 얼마나 인간적이고, 실체적 진실을 추구하고자 노력하는 변호사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녀는 1977년 부산 출생으로, 고려대학교 법대를 나와 2002년 사법시험(44회)에 합격했다. 그리고 2003년 연수원(34기)을 졸업하고, 2005년 판사에 임관하면서 본격적으로 법조인의 길을 걸었다.
“사실 판사 임관을 두고 고민의 시간을 가졌어요. ‘법조인이 되면 사회적 약자를 돕는 활동을 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는데, 판사라는 직업이 그러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직업인가 고민이 되었어요. 판사는 어디까지나 사실관계를 확정해서, 이에 따라서 어떤 판단을 내리는 직책이기 때문에 ‘약자를 돕는다’는 개념으로 접근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게 당시의 제 생각이었어요.”

그럼에도 그녀가 판사의 길을 선택하게 된 것은 일단 알아야 비판을 하든, 개선하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즉, 자신이 경험하지도 않고, 법조현실을 함부로 제단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 여긴 것이다.
그녀는 판사 임관 후 6년 동안 배석판사로 활동했다. 그러면서 판사로서의 사명과 보람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거의 매일 자정이 다 되어서야 퇴근하는 생활을 이어가야 했다.
 
판사의 막중한 책임에 비해 과도한 업무량 때문이었는데, 아무 사회경험도 없는 상태에서 매사건마다 같은 것이 하나도 없는 새로운 사건들을 분석하고 재판장에게 제대로 된 의견을 제시해야 하는데 사법연수원에서 배운 이론 위주의 교육은 부족하게만 느껴졌다. 더구나 사법부 자체도 경쟁원리가 작용하기에 몸과 마음이 지치기 일쑤였다.

그런데 그녀는 2011년 2월 판사직을 그만두고 변호사로서 대법원의 ‘성폭력 피해자 증인보호’와 관련한 연구업무를 하게 되면서 2012년 영국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그 곳에서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사건처리에 골몰하는 우리 사법 시스템과는 달리,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시스템에 충격과 신선함을 느낀 것.

“저는 개인적으로 영국의 판사들을 만나고 실제 재판과정을 지켜보면서 사건을 말 그대로 빨리 처리해야 할 어떤 사건으로 보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구체적인 인생과 정서, 고통 등이 녹아 있는 분쟁의 실체 그 자체로 본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어요. 법정에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무엇보다 당사자들이 분쟁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받는데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재판을 하는 과정에서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 때문에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배려한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부럽기도 하고, 우리 법조계가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이젠 새로운 법조 풍토로 바뀌어야
오 변호사는 모든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법원도 판사도 아닌, 사건의 당사자 개개인이라고 생각한다. 당사자 개개인이 받아들이는 느낌에 따라 법원과 검찰, 나아가 국가에 대한 신뢰와 불신이 엇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건을 처리 개념으로 볼 수 밖에 없는 우리의 사법현실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게 그녀의 주장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과중한 업무 부담에서 벗어나는 게 중요하다고.
“판사의 경우 보통 200~300건의 사건을 담당해요. 그러다보니 사건을 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죠. 일반사건도 이럴진데, 아동이나 여성, 장애인 등 특수한 약자들의 다름을 이해하고 고민하고 그것을 법의 목소리로 반영할 여유가 잘 생기지 않는 거죠. 더욱 열악할 수밖에 없죠.”

그녀가 생각하는 업무 부담으로 인한 또 다른 폐해는 당사자들의 목소리보다 사건 기록, 문서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법조 풍토다. 이로 인해 사건 당사자에게 피해가 발생하고, 결국 법조계 전체에 대한 불신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다보니 판사는 형사재판과정에서도 조서에 주로 의존할 뿐 피고인의 말을 무조건 의심을 하고 보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녀 스스로도 판사 재직 시 일단 의심하는 버릇이 있었다고. 실제로 그녀는 검사에게는 ‘국가 기관인데 설마 거짓말을 하겠어’라는 신뢰를 보낸 반면, 피고인에게는 ‘혐의를 받은 사람이니까 뭔가 혐의를 벗어나기 위해서 무슨 짓이든 할 거야’라는 편견을 가졌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판사에서 변호사로 옷을 갈아입은 지금, 그녀는 상당수의 피고인들이 잘못된 편견으로 인해 피해를 입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검찰이나 경찰의 수사과정에서 이러한 관행이 두드러진다고.

“검사나 경찰도 사람이다 보니 피고인에 대한 의심을 강하게 하다보면 피해자 측의 주장이 객관적인 사실인지 관련 정황을 정확히 확인하지 않고 한쪽으로 몰아가서 수사를 하게 될 수도 있는데 당사자가 한 말을 있는 그대로 적기보다 작성자의 의도가 개입할 수 밖에 없는 조서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관의 심증이 반영된 조서가 증거가 되어버리는 거죠.”

그래서일까. 그녀는 조서가 가지는 증거능력에 대해 고민을 해 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요즘 제가 하는 고민들은 사법 정책과 관련된 부분인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조서의 증거능력이에요.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조서재판이 아닌 공판중심주의가 확립되어 있다고 알고 있어요. 열명의 범죄인을 벌하는 것보다 한명의 무고한 사람을 구제하는 게 형사법의 진정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조서에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특수 취약계층 인권보호에 적극 나서
▲ 여성변호사그룹 O&K 법률사무소를 이끌어 나가고 있는 오지원 변호사는 여성 인권이 존중되는 사회문화, 국민들과 소통하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경제인

오 변호사는 수원지방법원 판사를 마지막으로 법복을 벗고, 2011년 변호사 사무실을 열었다. 대형 로펌이나 대기업 법무팀 등 이른바 ‘노른자’에로 자리를 옮길 수 있었음에도, 다양한 계층을 대변하며 폭 넓게, 그리고 자유롭게 일하고 싶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법조타운으로 유명한 서울 서초동이 아닌 수원에서 개업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수원이 판사로서 마지막 근무지이기도 했고, 경기지역이 여성인권과 관련해서 취약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 선택하게 됐어요. 대학시절부터 여학생운동에 참여하는 등 여성인권에 대해 관심이 많았거든요. 판사 재직시에도 여성관련 연구회에서 활동하기도 했죠.”

그래서일까. 그녀는 공익적 차원에서 여성인권과 관련된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더불어 이와 연계해 아동성폭력, 장애인 인권보호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실제로 그녀는 2011년부터 지금까지 여성아동폭력방지중앙지원단에 참여해 아동성폭력 판결에 대한 분석을 진행하기도 했었다.
 
또 대법원에서 증인 보호 프로그램과 관련하여 연구사업을 용역했을 때 다른 연구자들과 함께 연구팀으로 선정되어 성폭력 피해자 보호와 관련된 연구를 진행했다.

더불어 변호사로 나온 해인 2011년부터 성폭력 가해자 재범방지를 위해 교도소를 방문해 성폭력 사건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시작했고, 여성가족부의 법률·의료·심리·상담 등 분야별 자문단인 ‘성폭력피해 아동·장애인 진술전문가 슈퍼바이저’에 위촉됐다.

이외에도 매년 여러 차례 여성단체나 여성가족부 산하기관에서 진행하는 강연회에서 강의를 해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특히 성폭력 부분 같은 경우에는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될만한 조사나 연구, 성폭력 실태나 범죄자들의 특성, 재범율, 고위험군 범죄자들이 어떤 사람인지 등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나 연구가 너무 없어요. 국가가 성폭력 범죄의 대책을 마련하면서 법만 급하게 만들 뿐 법을 제대로 집행하는 시스템은 못 갖추고 있는 것이 성폭력이 계속 문제될 수 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하는데요, 이 같은 문제는 ‘서진환 사건’에서 극명하게 잘 드러나요. 이 사건만 보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총체적으로 알 수 있어요.”

그녀는 현재 ‘서진환 사건’에서 피해자 유족들을 대리하여 국가배상청구를 하는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다. 서진환은 지난 2011년 출소해 2012년 서울 중곡동에서 귀가 중인 가정주부를 강간하려다 실패하자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서진환 사건은 전자발찌를 찬 성폭력 전과자가, 검찰, 법원의 치밀하지 못한 법 적용으로 3년이나 적게 선고를 받고 빨리 출소했고, 이후 경찰, 보호관찰소 등이 범죄자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아 벌어진 참담한 사건이에요. 만약 성폭력 고위험군에 대한 연구와 이에 따른 법 집행만 제대로 이뤄졌다면 이 사건은 막을 수 있었을 거예요.”

그녀는 성폭력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제대로 드러날 수 있는 제도적 배려가 여전히 적다는 점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더불어 학계 등 연구자들이 실제 사건 기록과 판결자료 등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실태를 제대로 분석할 수 있게 해 주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정책을 세밀하게 짜야 하는데 관련 기관들이 학계에 대한 정보공개에 너무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면 검찰이나 법원이 사건기록을 다 가지고 있는데, 적어도 그것이 확정된 다음에는 몇 몇 인적 사항을 제외하고는 모두 연구 자료로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피해자들이 법정에서 어떤 식으로 증인 심문을 받고, 또는 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불만은 무엇인지, 주로 아동성폭력이 많이 발생하는 지역이 어디인지, 어떤 시간대인지, 전과자들은 어떤 시점에 어떤 동기로 재범을 저지르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등 이런 것들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어야 해요. 그런데, 기본적으로 우리나라는 조사나 연구가 너무 없어요. 앞으로 이런 부분들이 하루빨리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법은 국민들이 요구하는 눈높이로 가야하는 것이니까요.”
 
<오지원 변호사가 전하는 메시지>
정책적으로 법을 만드는 것은 쉽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에 녹아들고, 법집행기관이 법내용과 취지에 공감하고 그것을 제대로 이행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이 현실적으로 국민들이 요구하는 서비스 수준에 맞는 전문성과 소통능력을 가져야 하고 그것이 가능하도록 하는 업무량의 조절 및 인적, 물적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실컷 많은 논의를 통해 법을 제정해 놓아도 죽은 법밖에 안 됩니다. 이는 사회와 국가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뿐더러, 입법과정에 드는 비용도 낭비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법이 제대로 지켜지기 위한 여건을 만들고 국민들이 바라는 사법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하려면 변호사 수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판사, 검사 수도 늘려야 합니다. 물론 법조인 양성 과정에서 기록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당사자들과의 소통능력,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전문성과 역량 강화가 전제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는 아동성폭력 분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동성폭력은 무작정 엄한 처벌만 앞세운다고 해결되는 분야가 아닙니다. 조사 재판 과정에서 아동 진술이 오염될 여지가 있기에 통상의 수사기관이 아닌 아동조사전문가가 아주 섬세하게 조사해야 하고, 아동에게 다시 사회를 신뢰할 수 있게 해야 하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아주 섬세한  분야입니다.
 
물론 성폭력에 한해서는 조금씩 바뀌고는 있지만 여전히 아동장애인이 당사자인 사건을 다른 형사사건과 크게 다르지 않은 관점으로 바라보는 게 현실입니다. 심지어 아동성폭력을 한번도 다뤄보지 않은 경찰이나 검사, 판사가 조사, 심리를 하는 것은 정말 문제입니다.

이런 잘못된 관행은 하루빨리 바뀌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아동장애인에 대한 전문성과 배려심을 갖춘 전문인력 양성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더불어 그들의 업무시간, 업무강도 등도 조절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누구나 부러워하는, 사람이 존중되는 진정한 선진국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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